초한지 - 이문열의 이름으로, 이문열의 고집으로
겜상다반사/Games in 書2008/01/29 11:38
그의 삼국지를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똑같은 삼국지인데, 분명 다른 삼국지. 가장 친했던 친구가 게임 '삼국지'를 즐기면서 너무 재미있게 한 권, 한 권을 읽는 것을 보면서 나도 따라 읽게 되었던 그의 삼국지. 나에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태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있던 이문열은 그의 삼국지를 통해 전혀 다른 이미지를 전해주었었다. 그랬기에 이번 초한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잡았고.
이제 1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어려서 읽었던 초한지와 달랐다. 책의 서문에서도 작가가 밝혔듯, 그가 고민한 초한지의 한계, 4대 기서에 들어가지 못 하는 결점들을 보완하고, '사기'를 원전으로 하여 '자치통감'과 '한서'를 가미한 새로 쓴 초한지는 분명 이문열의 초한지였다. 대한민국 문학계에 이름 석자를 오롯이 세운 그의 이름값이 느껴지는 그런.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의 고집도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일련의 예로 왜 하필 도입부를 읽기 힘든 불친절함으로 썼을까.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읽었을 때도 이 초반부는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나 좋은 글들을 많이 쓴 그가 쓴 초반부라기에 초반을 읽다가 포기할 것만 같은(실제로 주위 사람 중 한 사람이 그랬고) 그런 딱딱함으로 시작했는지는 지금 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글 여기저기에서 저자의 '노기'가 느껴지는 것은 꽤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인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런 '언짢음'의 허들을 조금만 넘으면 책의 깊이가 느껴진다. 글의 템포도 좋고, 재미도 느껴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초한지의 입지는 분명 삼국지나 수호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것이고, 실제 그런 한계성을 갖고 있는 것도 맞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초한지는 서문에서 그가 밝혔듯 그 한계성을 뛰어넘으려는 여러 노력들을 시도했고 또 어느 정도는 성공한 느낌이다. 그가 조사한 관련 설화나 역사적 지식 등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꽤 재미있고, 진시황으로 시작하는 이 고릿짝 이야기에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제도나 글 등의 유래나 실제 진행하는 모습들이 등장하는 것도 꽤 놀랍다.
분명 이문열은 우리시대의 소중한 작가다. 그리고 이 초한지는 그의 능력과 노력이 담겨있는 작품이고. 하지만 조금만 더 유해졌으면.
![]() |
초한지 1 - ![]() 이문열 지음/민음사 항우와 유방, 중국 대륙의 패권을 겨룬 두 영웅호걸의 이야기가 이문열의 소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단 한 번의 승리로 천하를 얻은 유방, 단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은 항우.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략과 용인술로 난세를 헤쳐 가는 두 영웅의 활약상이 광대한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초한지>는 <삼국지>나 <수호지>와는 달리 원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작가는 <사기>를 원전으로 하고 <자치통감>과 <한서>를 보조 자료로 삼았다. 소설은 기원전 218년 장량이 시황제의 암살을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항우가 자살하는 기원전 197년까지 진말한초(秦末漢初) 20년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영웅이 대륙을 차지할 때까지 보여주는 지략과 용인술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어수룩하고 무능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훌륭한 책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천하를 얻어냈던 유방과, 3백 근짜리 무쇠 솥을 한 손으로 내던질 만큼 기세는 대단했지만 오만해서 실패했던 항우라는 두 인물의 대조적인 모습은 이문열의 <초한지>가 주는 가장 큰 흥미로운 포인트다. 또한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든 난세의 호걸들이 야망과 음모, 충성과 변절을 거듭하며 초한(楚漢) 쟁패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 과정은 인생이라는 전쟁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2008년 5월 말 전1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며, 본문에는 삽화가 함께 실려 있다. |
'겜상다반사 > Games in 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 - 대한민국은 언제인가? (10) | 2008/01/30 |
|---|---|
| 간절하게 참 철없이 - 붉은 노을을 국자로 퍼다 먹자 (0) | 2008/01/29 |
| 초한지 - 이문열의 이름으로, 이문열의 고집으로 (8) | 2008/01/29 |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그들도 우리처럼 (1) | 2008/01/27 |
| Museums : 세계의 미술관 - 새로운 꿈 하나가 생겼다 (8) | 2008/01/27 |
| 1년 100권의 책을 '쉽게' 읽는 방법 -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제도 (6) | 2008/01/24 |


















여러분의 댓글 한 줄이 큰 힘이 됩니다!
가끔 화장실 입구에서 이문열 선생 마주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하는데...(머리가 너무 크...)
빼사쓰지마 > 엄 -_-;; 그..그런가요? 그러고보니.. 건물이 같은 모양이군요...
회사도 같고 민음사니까 층도 같죠 하하하. =p
빼사쓰지마 > 엄.. 한 층에 같이? 엄청 큰 회사라 민음사만 여러 층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P 그건 그렇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라? 이문열 작가가 초한지도 썼나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문열 삼국지 재밌게 읽었었거든요~;
제타군 > 넵! 이번에 나온 것이 초한지, 그리고 수호지도 쓰셨더군요. 저도 아직 못 읽어봤지만 ^^;;
걸출한 뉴스!! 종류 블로그!
뉴스를 위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