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소설'에 해당되는 글 4

  1. 2007/11/19 나는 전설이다 - 이 책은 이미 전설이었다 (5)
  2. 2007/10/11 '우리는 사랑일까' - '사랑'이라는 주제는 과연 어디까지 이론화할 수 있을까?
  3. 2007/09/17 고슴도치의 우아함 - 살아숨쉬는 문화적 소설의 독특함 (1)
  4. 2007/08/17 '토끼와 함께 한 그 해' - 정신나간 이세상을 일탈하는 40대의 유쾌함 (1)

나는 전설이다 - 이 책은 이미 전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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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그리고 디스토피아
이미 20XX년이 지났다.
다행히도 그들이 예언(?)했던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즐겁게 21세기를 맞았다.
밥 딜런이 노래하던 낙진(A Hard Rain Is Gonna Fall / Bob Dylan)도 세상을 덮지 못했고, '북두의 권'의 황량한 대지나 험상궂은 깡패집단도 생겨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핵'의 무서움을 이야기했고, 그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는지를 생각하면 새삼 놀랍다. 책, 영화, 만화, 게임 등 그 어떤 컨텐츠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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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Twilight Zone)
나의 유년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외화를 뽑으라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환상특급'을 빼놓을 수 없다. 기묘한 느낌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보고 나서도 한참을, 가끔씩은 며칠씩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여운을 남겼었다. 지금까지도 몇몇 장면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만큼이나. 비록 최근에 다시 나왔던 2002년작은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면 지금까지도 판타지나 SF 등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에 이 환상특급이라는 드라마가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꽤 큰 영향을 받았던 외화랄까?


나는 전설이다
이 두 가지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 '나는 전설이다', 그리고 작가인 리처드 매드슨은 이 두 가지 끈에 모두 닿아있기 때문이다.
핵전쟁과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 중에서도 '나는 전설이다'는 선구자격이다. 1954년에 발매된 책에 이미 핵전쟁 이후를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 이후의 디스토피아의 원인으로 흡혈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흡혈귀는 핵전쟁을 이유로 생겨난 일종의 바이러스 때문으로 설정하고.
어쩌면, 이런 식의 흡혈귀 전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참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고. 레지던트 이블, 혹은 바이오해저드 역시 이런 리처드 매드슨의 과학적 접근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 아닐 수 없으며, 이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은 '셀'의 첫 페이지에 ‘리처드 매드슨과 조지 로메로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담았다거나, 조지 로메로 역시 '새벽의 저주'같은 작품의 모태를 이 작품으로 잡고 있을 정도니까(실제로 리처드 매드슨은 한 인터뷰에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을 TV에서 우연히 봤습니다. 그 영화에 대해서 특별한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영화를 보면서『나는 전설이다』를 너무 빼닮았다고 생각했죠. 감독은『나는 전설이다』에서 유래된 작품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원작과 꽤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밀리언셀러클럽 참조)
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Xbox360 게임인 "데드 라이징"을 즐기고 싶었던 나는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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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성같은 작가들의 더없는 찬사들. 그들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런 영향력을 제외하더라도, 아니 그런 영향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답게, 이 책 굉장히 재미있다. 1954년에 씌여진 책이라고 하기에 놀라울 정도로 전혀 고리타분하거나 고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밤마다 흡혈귀들에게 고통을 받고 마지막 남은 인류로서 외로움을 견뎌가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마치 나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비슷한 고통을 겪었을 것 같은 공감을 이끌어내줄 수 있을 정도로 한 인간의 히스테릭한 모습들이 멋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다른 존재를 발견했을 때의 급작스런 상황 변화에서 오는 감정적인 혼란 묘사는 특히 멋졌달까.
그리고 그와 함께 흡혈귀를 바이러스적으로 풀어가는 매우 흥미로운 접근방식이 눈에 띈다. 물론 십자가를 싫어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는 전혀 발견하지 못 하긴 하지만, 그리고 DayWalker(흔히 최근에는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 등으로 그려지는)의 개념도 이미 그려지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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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의 마지막 한 마디. 이 한 마디로 이 책은, 그리고 리처드 매드슨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나머지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들 역시 꽤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어? 왠지 환상특급 느낌이 나는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리처드 매드슨이 실제로 환상특급의 스토리를 무려 14편이나 작업했다고.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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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묘하고, 어쩌면 이상한 이 단편들. 호불호가 꽤 나뉠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전설이다'와는 다르게


개인적으로 2005년 이 책의 발매 시절에 책을 추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장 한 구석에 묵혀두다가 영화 개봉 이야기에 화들짝 읽었다. 그러면서 후회했다. 왜 이제 읽었을까 하고.
그리고 또 한 번 의문을 가졌다. 왜 이런 뛰어난 작품이 2005년까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그만큼이나, 그리고 책을 추천해준 주위의 몇몇 사람들 의견 만큼이나 이 책은 뛰어났다.
그는 1954년에 이미 이 작품으로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나는 그의 작품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전설이다'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게임과 영화, 그리고 소설들로.
그리고 영원한 전설을 이어갈 것이다. 끊임없이 생겨날 영향받은 컨텐츠들로, 그리고 나같은 독자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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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 원작의 전설을 이어주길 바란다. '지구 최후의 인간'이나 '오메가 맨'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이 책, 혹은 영화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아래 웹툰들도 보시길 권한다.
[웹툰]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 by 원사운드
[웹툰]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 by 루리코




관련서적
나는 전설이다 - 10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핵전쟁 후,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병으로 인해 세상은 흡혈귀로 뒤덮인다. 그리고 한 남자만이 살아남는다. 낮에는 시체들에 말뚝을 박고, 밤이면 깨어난 흡혈귀들과 죽음을 건 혈투를 벌이는 지구 최후의 남자 로버트 네빌. 하지만 이렇게 인류가 멸망하고, 흡혈귀가 날뛰고 있는 세상임에도 네빌의 일상은 평온하던 시절과 다르지 않게 반복적이다.
작가 리처드 매드슨이 1954년에 발표한 이 스릴러 소설은, 1950년대 미국의 중산층 남성이 전쟁 후 겪는 일상의 공포를 패러디한다. 남자 주인공은 아메리칸 드림 아래 살아가는 소외된 회사원이고, 일상은 이미 악몽처럼 변해간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가는 불안정하고 덧없는 일상에 대한 인식. 여기에는 무서운 가능성들이 잠재하고 있다.
매드슨은 전통적인 흡혈귀 신화에 현대적인 변이를 가미해 작품을 완성했다. 서로 전염시키는 대규모의 흡혈귀 병이라는 섬뜩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선보이며, 후기 종말론적인 판타지와 편집증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28일 후', '레지던트 이블' 등 수많은 영화와 게임에 차용되었다. 표제작 '나는 전설이다'(장편) 외에 '아내의 장례식', '매드 하우스', '전화벨 소리' 등 매드슨의 단편 10편을 함께 실었다.
* 2007년 12월 개봉 예정인 윌 스미스 주연의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콘스탄틴'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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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서방의 추천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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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나는 전설이다 - 밀리언셀러 클럽 018 I am Legend

    Tracked from Dreaming Gold Dragon's Lair 2007/12/28 12:11 delete

    나는 전설이다 - 밀리언셀러 클럽 0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핵전쟁 후,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병으로 인해 세상은 흡혈귀로 뒤덮인다. 그리고 한 남자만이 살아남는다. 낮에는 시체들에 말뚝을 박고, 밤이면 깨어난 흡혈귀들과 죽음을 건 혈투를 벌이는 지구 최후의 남자 로버트 네빌. 하지만 이렇게 인류가 멸망하고, 흡혈귀가 날뛰고 있는 세상임에도 네빌의 일상은 평온하던 시절과 다르지 않게 반복적이다. 한국의 출판업계의 상황을 대표하는 책...

  2. Subject 차라리 예술영화에 가까운, 진정한 좀비물의 시초 나는 전설이다.

    Tracked from 할랑할랑... 2008/01/06 14:32 delete

    "나는 전설이다"야말로 원작과 좀비물의 시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영화라하겠습니다. 나는 전설이다 원작 소설에 대한 리뷰를 참고하세요. ※ 네이버 '나는 전설이다' 소설 리뷰 - 겜상다반사님 : 이 책은 이미 전설이었다. - janejones님 : 스티븐 킹이 왜 이 책 때문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 toreore님 : [전설속의 그를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왜 서점에서 [나.. - pantarei79님 : "나는 바로 이 작품을 읽고..

  1. BlogIcon PS3에 조낸 만족하고 있는 hoon 2007/11/20 19:59 address edit & delete reply

    이거 공포물이야? -_-

    그러면 영화도 싫은데...
    윌 스미스는 좋아하는데...-0-;;;

  2. BlogIcon Pesas 2007/11/21 18:05 address edit & delete reply

    책에 날개가... 갑자기... 나는 전설이다 책이 좔좔 나가고 있어 따스한 겨울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ㅠ_ㅠ
    그건 그렇고 요즘 스페인어 배우는데... 스페인어로 Pesas는.. Pesar라는 "무게가 나가다"의
    뜻으로 Pesas?라고 하면 '무게가 나가냐?'란 의미더군요. 쀍.

    • BlogIcon 광서방 2007/12/31 14:52 address edit & delete

      Pesas > 그럴 것 같았습니다. ~_~ 그러니까 조만간 얼굴이나 한 번 뵈어요~ 그건 그렇고... 스페인어 흠.... 요즘의 페사스님 상태를 묻는 게 아닐까 합니다만.. 크하하하하!

  3. BlogIcon 할랑할랑 2008/01/06 14:32 address edit & delete reply

    네이버 도서 리뷰 보고 왔습니다^^책을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전설이다 원작 소설과 여러가지 정보를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성한 영화 리뷰 포스트에 링크를 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당 포스트는 트랙백으로 남겨둘게요

    • BlogIcon 광서방 2008/01/07 23:54 address edit & delete

      할랑할랑 > 무단전제만 아니시면 언제든지 트랙백, 덧글 다 환영할 뿐입니다 ^^;; 찾아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하죠. 책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추천입니다 ~_~

'우리는 사랑일까' - '사랑'이라는 주제는 과연 어디까지 이론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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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그 익숙한 이름에 고른 책. 역시 '익숙한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익숙한 것을 골랐을 때에는 대부분 후회할 가능성이 낮으니까. 그 중에서도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는 간만에 건진 물건이랄까.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은 '고슴도치의 우아함과 비슷했다. 자신의 사유와 여러 철학자, 예술가, 위인들의 이론 속에 소설 속의 상황, 혹은 인격 등을 분석해가는 그런 식의 구성들. 이 책이 더 먼저 나왔으니 오히려 거꾸로라고 생각해야 하겠지만서도.

한없이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고, 쇼핑 중독이라고 불릴 만큼이나 쇼핑을 좋아하며, 딱 자신만큼의 허영심을 갖고 있는 앨리스, 그리고 능력있는 은행가로서의 당당함과 매력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의 체면치레와 자기애, 그리고
매우 남성스러운 투정(흔히 남자는 다 어린애라고 하지 않는가)을 고루 갖춘 에릭과의 사랑 이야기가 이 책의 전반적인 줄거리다.

책의 추천사에도 있듯, 그의 책의 매력은 스토리보다도 그의 머릿속에서 고민하고 그 결과로 쏟아낸 부산물들. 사랑의 상황들 속에서 벌어지는 두 인물들의 사유의 과정, 그리고 가끔씩 직접 자기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는 알랭 드 보통 자신의 사유가 백미. 수많은 이론, 사상들을 빗대어 털어놓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가끔은 공감을, 그리고 가끔은 난색을 표하게 만들며, 어쩌면 고리타분할 수 있는 그런 이론화 작업(?)들이 굉장히 흥미롭고 이론이나 사상들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참 훌륭하다(물론 책이 읽히는 속도는 느리다. 고슴도치처럼).

그리고 뭐랄까, 그의 그런 다양한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한 그의 문체, 그의 글 쓰는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와닿는달까?(꽤 호불호가 가릴 부분이지만) 그래서 한참을 키득거리면서, 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즐겁게 빠져들 수 있었던 소설 또는 인문서였다(개인적으로도 아직 햇갈린달까). 물론 이 부분은 꽤 개인적인 느낌이다.
특히 그의 '미학'에 관련된 관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매료된 상태. 사랑은 충분히 만끽했으니 이제 '여행의 기술'을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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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인 에릭과 '보바리 부인'의 플로베르를 비교한다. 두 사람의 '기차길'을 통해 웃으면서 에릭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보통의 아이디어는 여러 부분에서 꽤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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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을 보면서 앤디 워홀을 떠올리는 앨리스, 그리고 그것을 부드럽게 사랑과 연관시키는 것은 알랭 드 보통의 매력적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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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관련서적
우리는 사랑일까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은행나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등 남녀 간의 연애심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분석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알랭 드 보통. 그의 사랑과 인간 관계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남은 한 편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예전에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공경희씨의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이게 된 것. 원제 'The Romantic Movement'.
이 책 또한 다양한 현학적 분석과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연애의 탄생에서 성장, 결말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해 나간다.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 '앨리스'와 그녀의 남자친구 에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이상적 사랑이 현실 속에서 성숙해가는 모습을 재미있고 유쾌한 필치로 그려나간다.
말랑한 러브 스토리에 플라톤, 탈레스, 헤겔 등 철학대가들의 사상과 오스카 와일드, D.H. 로렌스 등 문학가들의 정의, 앤디 워홀의 예술적 의미가 절묘하게 녹아든 또 한 편의 '알랭 드 보통 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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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 살아숨쉬는 문화적 소설의 독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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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참 괴팍한(?) 소설이다. 적당한 수준의 철학과, 적당한 수준의 미학, 적당한 수준의 사색과 적당한 수준의 고전과 문화,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이 혼재된 흔치 않은 소설. 그렇기에 어쩌면 이 부분들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참을성(?)을 갖지 않으면 '뭐야, 이건'이라고 책을 던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최근 소설들의 경향처럼 '시적 서사'(바리데기에 대해 황석영 작가가 밝혔던 것처럼) 혹은 '영화적 연출' 등의 빠른 전개나 긴장감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인 쉰 넷 먹은 수위아줌마 르네와 열 둘 먹은 천재소녀 팔로마의 끝없는 사유가 번갈아서 맴돈다. 그리고 독자는 이런 사유 속에서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를 즐기게 된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면서.
작가인 뮈리엘 바르베리가 펼쳐내는 이런 사유들은 굉장히 빛난다. 어쩌면 그저 하나의 '지식'으로 끝날 수 있는(실제로 우리가 배워온 철학이나 문화 중 특히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그저 '지식'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 그런 문화들이 그렇게 빛이 날 수 있는지. 그저 그것들을 지식으로서만 간직하고 그저 머릿속 한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나로서는 작가의 그런 능력이 상당히 인상깊을 수밖에 없었다. 문화 자체가 책 속에서 생명력을 부여받은 느낌이랄까? 그런 빛나는 문화, 철학. 작가가 생각하는 그런 문화를 함께 공감하거나, 혹은 나의 생각을 덧붙여가며 꽤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매우 다른 환경에서, 매우 다른 삶을 살아왔고, 나이의 차 역시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할 정도로 그 차이가 크지만 매우 닮아있다. 둘 모두 끝없는 지적 갈증을 갖고 있으며, 그런 갈증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만큼이나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문화적인, 철학적인 지식들을 통한 현명함도 갖추고 있고. 또한 다니구치 지로나 오주 야스지로, 바둑과 히카루의 바둑(고스트 바둑왕), 분재나 미닫이문, 하이쿠와 단카, 자루소바와 스시까지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자신들의 문화적 소양, 지적인 오만에 얼마쯤은 사로잡혀 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무언가, 어딘가에 기대어 함께 나아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자신만의 것을 고집하려 하는 일종의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어쩌면 르네는 그렇게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한 채 부자 혐오증에 빠져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쩌면 팔로마는 그렇게 이제 열두살밖에 되지 않은(그러기에는 너무나 똑똑하지만) 아이가 1년 후의 자살을 꿈꾸는지. 그야말로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다. 가시를 한껏 세우고 있는.

그리고 한 사람, 일본인인 오주를 만나면서 그 두 사람의 그런 우아함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런 국면을 시작으로 이 책의 소설적 재미는 더욱 강해지고, 그런 또다른 재미, 그리고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아닌 또 다른 면을 보게 되면서 이 책은 더 큰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 우리들은 모두 병자다.
그리고 우아함을 간직한 고슴도치는 오히려 가시를 다 뽑혀 결코 우아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자신을 원한다. 저 마음의 깊은 곳에서는.
우리 모두가 가진 제각각의 병은, 그렇지 않고서는 치유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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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뒷표지의 찬사들이 꽤 어울리는 책을 만났달까.

관련서적
고슴도치의 우아함 - 8점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아르테
'프랑스 아마존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된 장편소설. 쉰네 살의 박식한 수위아줌마 르네와 열두 살 천재소녀 팔로마, 같은 공간에 사는 두 사람 각자가 써내려가는, 일상에 대한 성찰이 교차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철학, 문학, 회화, 영화, 만화를 아우르는 한 편의 문화 산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는 비판적인 내용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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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reasts games 2008/05/23 04:58 address edit & delete reply

    관심을 끌. 너가 좋을 동일할 지점을.

'토끼와 함께 한 그 해' - 정신나간 이세상을 일탈하는 40대의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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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 '북유럽 동화집'이 있었다. 어느 나라의 책들이나 그 나라 나름의 문화와 분위기가 갖는 독특한 색깔이 있다. 그런 색깔들 중 북유럽의 색깔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것이 노르웨이와 핀란드였다. 책으로 읽기에도 정말 추울 것 같은 나라, 하지만 그런 추위 속에서도 언제나 따뜻함이 배어 있는 나라. 대한민국 이외에는 발도 딛어본 적 없는 그런 유년 시절의 나에게 북유럽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던 것 같다. '핀란드'의 사람들이 매년 그의 소설을 기다린다는 '아르토 파실린나'라는 이름의 어감 자체도 굉장히 생소한 작가의 소설, 그리고 '토끼와 함께 한 그 해'라는 기묘한 제목과 그 제목보다 더 기묘한 표지의 조그만 이 책 말이다.

주인공 바타넨은 40대의 기자. 어느 날 숲속에서 토끼 한 마리를 발견한다. 다리에 상처를 입은 토끼에게서 왠지 모를 동병상련을 느낀 그는 갑자기 세상 모든 것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난다. 그의 의도와는 달리 이런 일탈은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 살기가 되어버리고 그것은 상상치 못한 모험이 된다.

짧지만 독특하고 여러 의미로 재미있는 이 책은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출세작이다. 1975년, 광서방보다도 먼저 태어난 이 한 권의 소설은 핀란드의 문학을 접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다. 숲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이 책 속의 수많은 숲들은 가끔은 따뜻한 느낌으로, 가끔은 혹독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분명 같은 숲일 텐데도 다른 나라의 숲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런 느낌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블랙 유머'로 유명하다는 작가의 유명세가 왜 나왔는지를 톡톡히 알려준다. 가끔은 풍자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당황스럽도록 공감이 가지 않고, 또 가끔은 정말로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의 전개들 덕분에 읽는 내내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실제로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 중에서 가장 '코믹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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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책에 '저런 사진'(...)을 싣고 싶어할까. 책을 읽기 전부터 개인적으로는 저 사진 한 장으로 작가에 대한 모든 이미지가 굳어버렸다는... 멋지다 아르토씨!!


그렇다고 해서 이 한 권의 책이 '핀란드 문학'이라 말하기엔 분명 어폐가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해준 독특한 느낌과 재미는 간만에 받은 강렬함이었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으니까. 40대의 유쾌한 일탈이라...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인간 세상에 대한 비판과 애정은 상당히 농익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유머와 독특한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이미 꺾일대로 꺾인(혹은 변화하기 싫어하는) 40대라는 나이에 벌이는 유쾌한 일탈이라. 왠지 나도 40대가 되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것은 나 자신은 40대에도 '꺾이지 않을거야'라는 반항심의 발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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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물망초5 2007/08/20 12:37 address edit & delete reply

    님들의 블로그에 슬픈 댓글을 달고 다녀 죄송한마음입니다
    에미의심정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짐승의 손에 어여쁜딸을 잃은 에미입니다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직장내성희롱 살인사건을
    사건발생지도 아니고 피의자의 주소지도 아닌 원주경찰서에서
    사건발생지인 양평경찰서로 이첩시키지 않고 초동수사부터
    사건의진실을 왜곡하고 은폐조작한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아고라 네티즌청원에도 서명부탁드립니다

    제 블로그를
    구독리스트나 즐겨찾기에 등록해주시고
    관심갖어 주셨으면 합니다